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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트 프로프 딜로이트 글로벌 자동차 담당 리더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예상치 못한 반도체 공급난에 직격탄을 맞았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공장을 멈춰 세웠고, 통상 2~3개월이었던 차량 대기 기간은 1년 안팎으로 늘었다. 이를 계기로 완성차 업체들은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 수만개의 부품을 조립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자동차 업계의 특성상 공급망 중 한 곳이라도 끊어지면 생산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부각됐다.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내년 중후반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완성차 업계가 기존 공급망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최근 방한한 하랄트 프로프(Harald Proff) 딜로이트 자동차 부문 글로벌 리더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딜로이트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반도체 공급난을 계기로 완성차 업체는 그동안 수직 계열화된 구조로 운영하던 공급망을 네트워크 구조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수많은 공급망 간 연결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리 능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랄트 프로프 딜로이트 자동차 부문 글로벌 리더./연선옥 기자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수직적이고 선형적인 공급망을 갖고 있다.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가 1~5차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수직적 공급망의 허점은 한 층에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생산 전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프로프 리더는 “협력사 한 곳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업체가 부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공급망 내 대안을 충분히 확보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이런 환경을 조성하려면 완성차 업체와 부품 협력사가 네트워크형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이 수직 계열화된 공급망을 운영해온 이유는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완성차 업계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더라도 사전에 충분한 대안을 마련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프로프 리더는 “공급망을 관리하면서 컨트롤하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모든 완성차 업체에 주어진 도전 과제”라며 “힘을 분산하고 협력사와 함께 일하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프로프 리더는 네트워크형 공급망은 전기차·자율주행차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미래차 시장에 더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들어가는 부품 수가 적지만, 단순 기계부품 대신 전장 부품 비중이 크다. 그는 “단순 기계 부품의 경우 완성차 업체가 직접 품질을 평가할 수 있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전장 부품의 경우 기술 수준이 높고,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가 부품 공급 업체와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새로운 공급망 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딜로이트는 현대차그룹이 다른 경쟁사보다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로프 리더는 “유럽 완성차 업체 대부분은 반도체를 오랫동안 구매하면서도 반도체 설계와 관련된 지식이나 어디서 대체품을 구해야 하는지 등과 관련된 정보가 없을 만큼 관리 능력이 떨어졌지만, 현대차그룹은 제품은 물론 공급망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 반도체 공급난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불릴 만큼 기술력이 높은 반도체 업체가 다수 포진해 있는 상황도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