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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의 코스트코 매장. /사진=박준식 기자
지난해 12월2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테더보로 코스트코 홀세일. 오전 10시 개장을 앞두고 삼십분 전부터 이 대형마트 정문 입구에는 영하 5도 아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카트와 함께 100미터 이상 줄을 섰다. 함께 줄을 선 백인 부부의 남편 오스틴(64) 씨는 "지난주에 재고가 떨어져 사지 못했던 물티슈와 차에 다 싣지 못해 포기했던 휴지 등을 사러왔다"고 말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미국 일부 시민들의 마음은 심하게 말하면 공황상태에 가깝다. 지난 2~3년간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어왔는데 2025년 새해 다시 물가 변수가 불어닥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이다.
지난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했다는 민주당원이자 유태인인 조셉 실버스타인(54) 씨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동맹국에도 관세 폭탄을 안길 거라고 발언했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미 소매 마트들조차 일부 생필품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1기 때와 달리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론까지 꺼낸 당선인의 관세가 물가를 다시 올릴 거라는 논리다. 새 정부에선 가격이 오르니 미리 물건을 사라고 홍보하는 업체들도 있고, 언론은 자동차, 가구, 가전 등 트럼프 취임 전 사야 할 품목들을 기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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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시즌 계란값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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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준식 기자
미국은 연례적으로 추수감사절(11월17일)부터 성탄절까지 계란값이 상승한다. 가족 모임이 늘어나면서 식품 가운데서도 필수재인 계란과 닭고기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계란값은 12개 들이가 10월과 11월 사이 8% 뛰고, 도맷값은 상승 폭이 그 서너 배 되는 등 움직임이 크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8%나 올랐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수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스조(Trader's Joe) 파라무스 지점에서 만난 주부 맥밀라(43) 씨는 "한 더즌에 이미 4달러를 넘은 지 오래됐고 최근에는 요리에 쓸 갈색달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운 대로 빵 만드는 데 주로 쓰는 흰색달걀을 아이들 아침식사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레이더스조 매장 관계자는 "연말이라 일부 계란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최근 조류독감으로 공급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면서도 "갈색달걀 재고를 보유한 도매업자들의 공급에도 분명히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생필품 가격이 빠르게 오를 경우 도매업자들이 사재기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계란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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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시즌 장난감도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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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준식 기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중국산에 60~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언급은 때 아닌 장난감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단체인 장난감연합회(The Toy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에서 팔리는 장난감의 약 80%가 중국에서 제조된다. 전국소매업연합(NRF)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하면 장난감 품목에서만 미국인들은 연간 지출액을 88억 달러에서 142억 달러(약 20조원)로 늘려야 할 수도 있다. 부모들은 소비를 줄일 것이고 그 타격은 소매업체에 미칠 수 있다.
뉴저지 북부 대형쇼핑센터인 가든스테이트몰에서 만난 피터슨 에디(37) 씨는 "아들에게 작은 드론을 하나 사주려고 나왔는데, 인기있는 제품들은 이미 다 팔린 거 같다"며 "새해엔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하니 일단 남은 것이라도 가져가야겠다"고 말했다.
/사진=박준식 기자
하지만 상점주들은 일부 인기 품목이 떨어지는 것은 쇼핑시즌에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한다. 웨스트필드 루미샵(Lumi Shop)의 관계자는 "최근 영화 위키드가 흥행하면서 관련 상품이 모두 동난 것은 맞지만 장난감 사재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미국에선 유행이 시작되면 그 품목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장난감은 대체 판매국을 쉽게 찾을 제품처럼 보이지만 중국 이외에 미국 제품 안전기준을 충족할 나라가 거의 없다"고 짚었다. 막상 관세가 부과되면 장난감과 같은 특수한 국가 의존적인 산업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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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 생각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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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준식 기자
경제는 대중심리에 의해 과장되게 보일 수도 있다. 미국인들의 연말 쇼핑시즌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 확장되는 가운데 연말연시 물가가 일부 품목에서 다소 상승한 것을 괴담으로 꾸며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가 바뀐 지난 2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42번가 대형소매점 타겟(Target)은 연말과 달리 한산했다. 일부 인기품목은 연말에 동이 나 신년 공급물량을 직원들이 오전 중 재진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타겟 관계자는 "연말에는 모임이 많고 잉여 저축을 소비로 털어버리는 경향이 있어 소매점들은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연초에는 다들 새해 계획을 세우느라 한산하다"고 말했다.
/사진=박준식 기자
/사진=박준식 기자
/사진=박준식 기자
뉴욕주 주민 아담 머피(58) 씨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오히려 기름값이 내리고 물가는 조 바이든 시절과 달리 내려갈 것"이라며 "나라가 여기저기 쓸데없는 보조금을 뿌리고 돈 가치가 떨어져서 그동안 물가가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내 엔젤라(54) 씨도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관세를 수입품에 부과하면 물가가 오를 거라고 하지만 그건 무역을 위한 협상 전략에 불과하고 실제로 그 관세율이 적용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은퇴한 간호사라 밝힌 클라우디아 셰리(72) 씨도 "불법 이민자들이 맨해튼이나 부루클린, 롱아일랜드를 너무 많이 망쳐놓았다"며 "그 아름답던 샌프란시스코가 민주당 정책으로 무너졌듯이 동부 도시들도 빠르게 망가지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정책을 바로잡아 시민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나라를 청소하면 물가는 차츰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박준식 기자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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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테더보로 코스트코 홀세일. 오전 10시 개장을 앞두고 삼십분 전부터 이 대형마트 정문 입구에는 영하 5도 아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카트와 함께 100미터 이상 줄을 섰다. 함께 줄을 선 백인 부부의 남편 오스틴(64) 씨는 "지난주에 재고가 떨어져 사지 못했던 물티슈와 차에 다 싣지 못해 포기했던 휴지 등을 사러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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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했다는 민주당원이자 유태인인 조셉 실버스타인(54) 씨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동맹국에도 관세 폭탄을 안길 거라고 발언했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미 소매 마트들조차 일부 생필품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1기 때와 달리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론까지 꺼낸 당선인의 관세가 물가를 다시 올릴 거라는 논리다. 새 정부에선 가격이 오르니 미리 물건을 사라고 홍보하는 업체들도 있고, 언론은 자동차, 가구, 가전 등 트럼프 취임 전 사야 할 품목들을 기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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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준식 기자
미국은 연례적으로 추수감사절(11월17일)부터 성탄절까지 계란값이 상승한다. 가족 모임이 늘어나면서 식품 가운데서도 필수재인 계란과 닭고기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계란값은 12개 들이가 10월과 11월 사이 8% 뛰고, 도맷값은 상승 폭이 그 서너 배 되는 등 움직임이 크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8%나 올랐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수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스조(Trader's Joe) 파라무스 지점에서 만난 주부 맥밀라(43) 씨는 "한 더즌에 이미 4달러를 넘은 지 오래됐고 최근에는 요리에 쓸 갈색달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운 대로 빵 만드는 데 주로 쓰는 흰색달걀을 아이들 아침식사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레이더스조 매장 관계자는 "연말이라 일부 계란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최근 조류독감으로 공급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면서도 "갈색달걀 재고를 보유한 도매업자들의 공급에도 분명히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생필품 가격이 빠르게 오를 경우 도매업자들이 사재기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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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시즌 장난감도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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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준식 기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중국산에 60~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언급은 때 아닌 장난감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단체인 장난감연합회(The Toy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에서 팔리는 장난감의 약 80%가 중국에서 제조된다. 전국소매업연합(NRF)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하면 장난감 품목에서만 미국인들은 연간 지출액을 88억 달러에서 142억 달러(약 20조원)로 늘려야 할 수도 있다. 부모들은 소비를 줄일 것이고 그 타격은 소매업체에 미칠 수 있다.
뉴저지 북부 대형쇼핑센터인 가든스테이트몰에서 만난 피터슨 에디(37) 씨는 "아들에게 작은 드론을 하나 사주려고 나왔는데, 인기있는 제품들은 이미 다 팔린 거 같다"며 "새해엔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하니 일단 남은 것이라도 가져가야겠다"고 말했다.
/사진=박준식 기자
하지만 상점주들은 일부 인기 품목이 떨어지는 것은 쇼핑시즌에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한다. 웨스트필드 루미샵(Lumi Shop)의 관계자는 "최근 영화 위키드가 흥행하면서 관련 상품이 모두 동난 것은 맞지만 장난감 사재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미국에선 유행이 시작되면 그 품목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장난감은 대체 판매국을 쉽게 찾을 제품처럼 보이지만 중국 이외에 미국 제품 안전기준을 충족할 나라가 거의 없다"고 짚었다. 막상 관세가 부과되면 장난감과 같은 특수한 국가 의존적인 산업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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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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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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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간호사라 밝힌 클라우디아 셰리(72) 씨도 "불법 이민자들이 맨해튼이나 부루클린, 롱아일랜드를 너무 많이 망쳐놓았다"며 "그 아름답던 샌프란시스코가 민주당 정책으로 무너졌듯이 동부 도시들도 빠르게 망가지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정책을 바로잡아 시민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나라를 청소하면 물가는 차츰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박준식 기자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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