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빛깔의 한지 쌓아…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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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갤러리서 개인전최은정 '기억을 걷는 시간'노을·한강 등 '자연의 시간' 주제색한지에 접착제 섞고 반죽한 후나무패널 위에 얹은 부조 작품물감 없이 한지만으로 색깔 입혀"전시회 대표작 '타임 딥 그린'돌아가신 아버지께 바치는 작품"
최은정 작가가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대표작 '타임-딥 그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지난 16일 오후 6시께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 폭 3m의 커다란 미술작품이 주말을 앞두고 퇴근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멀찍이 떨어져 작품을 감상하다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럴 만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붓 터치가 살아있는 유화 그림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여러 색깔로 물든 종이 뭉치가 자잘하게 박혀 있다. 제각각인 종이 뭉치의 높이가 입체감을 더한다. 최은정 작가(49)가 한지를 활용해 만든 부조 작품 ‘타임-딥 그린’이다.이날 작품 설치를 마친 최 작가의 개인전 ‘기억을 걷는 시간’이 19일 정식 개막한다. 전시회 주제는 ‘자연의 시간’. 제주도의 노을 진 하늘, 한강의 잔물결에 빛이 반사돼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 등을 담은 작품들이 걸렸다.최 작가는 시중에서 파는 색한지(色韓紙)를 접착제와 섞어 반죽한 뒤 나무 패널 위에 얹어 만든 부조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작품 제작 과정은 ‘노동집약적’이다. 작가는 먼저 반죽 덩어리가 굳지 않도록 날씨가 화창한 날을 골라 야외에서 반죽을 만든다. 반죽이 완성되면 편평하게 펴서 건조한 후 칼국수 면처럼 자른다. 그리곤 패널 위에 하나씩 올린다. 입체감이 필요한 부분은 패널 위에 나무 받침을 설치한 뒤 그 위에 반죽을 올린다. 반죽을 다 올리면 단면이 보이도록 칼로 자른다. 모두 직접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작품 한 점을 완성하기까지 평균 1년 반~2년이 걸린다.물감은 쓰지 않는다. 오로지 한지에 입혀진 색만 이용한다. 이전에는 화선지를 수성 안료로 염색해 색감을 냈지만, 더 선명한 색깔을 내기 위해 기법을 바꿨다고 했다. 2년간의 ‘실험’을 통해 서로 다른 색깔의 한지 반죽을 섞어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 기법도 개발했다.이뿐만 아니다. 최 작가는 25년 가까이 실험을 거듭해왔다고 했다. 1997년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입체 부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최 작가는 “돌, 나무 등을 깎아서 작품을 만드는 대부분의 조각 전공생들과 달리 지금껏 없었던 색다른 재료를 쓰고 싶었다”며 “그렇게 발견한 것이 바로 ‘종이’였다”고 했다.처음에는 한지가 아니라 신문지를 사용했다. 날마다 인쇄되는 신문지를 날짜별로 모아서 물에 갠 후 철판에 쌓아 올렸다. 이를 통해 ‘객관적인 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30대 초반에 발표한 작품들은 ‘마치 노(老) 화백이 만든 것 같은 깊이감이 느껴진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최 작가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간을 보여줬다. 손가락 지문이나 주름 등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주관적인 시간’을 나타냈고, 2010년부터는 ‘자연의 시간’을 작품에 담았다.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인 ‘타임-딥 그린’은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며 문득 ‘아버지가 좋아하는 색깔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 시간 자연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정작 아버지가 마음에 품고 있던 색깔은 제가 몰랐던 거죠.” 그는 “아버지가 좋아하던 초록색 들판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2년간 작품을 만들며 아버지를 보낸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지금까지 사람과 자연의 시간을 보여준 최 작가에게 다음에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물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이제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의 시간’을 다룰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이걸 작품으로 표현할지, 제가 무엇을 발견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껏 쌓아온 저만의 기법과 실험적인 정신이 길을 알려주겠죠.” 전시는 10월 13일까지.
최은정 작가가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대표작 '타임-딥 그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지난 16일 오후 6시께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 폭 3m의 커다란 미술작품이 주말을 앞두고 퇴근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멀찍이 떨어져 작품을 감상하다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럴 만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붓 터치가 살아있는 유화 그림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여러 색깔로 물든 종이 뭉치가 자잘하게 박혀 있다. 제각각인 종이 뭉치의 높이가 입체감을 더한다. 최은정 작가(49)가 한지를 활용해 만든 부조 작품 ‘타임-딥 그린’이다.이날 작품 설치를 마친 최 작가의 개인전 ‘기억을 걷는 시간’이 19일 정식 개막한다. 전시회 주제는 ‘자연의 시간’. 제주도의 노을 진 하늘, 한강의 잔물결에 빛이 반사돼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 등을 담은 작품들이 걸렸다.최 작가는 시중에서 파는 색한지(色韓紙)를 접착제와 섞어 반죽한 뒤 나무 패널 위에 얹어 만든 부조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작품 제작 과정은 ‘노동집약적’이다. 작가는 먼저 반죽 덩어리가 굳지 않도록 날씨가 화창한 날을 골라 야외에서 반죽을 만든다. 반죽이 완성되면 편평하게 펴서 건조한 후 칼국수 면처럼 자른다. 그리곤 패널 위에 하나씩 올린다. 입체감이 필요한 부분은 패널 위에 나무 받침을 설치한 뒤 그 위에 반죽을 올린다. 반죽을 다 올리면 단면이 보이도록 칼로 자른다. 모두 직접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작품 한 점을 완성하기까지 평균 1년 반~2년이 걸린다.물감은 쓰지 않는다. 오로지 한지에 입혀진 색만 이용한다. 이전에는 화선지를 수성 안료로 염색해 색감을 냈지만, 더 선명한 색깔을 내기 위해 기법을 바꿨다고 했다. 2년간의 ‘실험’을 통해 서로 다른 색깔의 한지 반죽을 섞어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 기법도 개발했다.이뿐만 아니다. 최 작가는 25년 가까이 실험을 거듭해왔다고 했다. 1997년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입체 부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최 작가는 “돌, 나무 등을 깎아서 작품을 만드는 대부분의 조각 전공생들과 달리 지금껏 없었던 색다른 재료를 쓰고 싶었다”며 “그렇게 발견한 것이 바로 ‘종이’였다”고 했다.처음에는 한지가 아니라 신문지를 사용했다. 날마다 인쇄되는 신문지를 날짜별로 모아서 물에 갠 후 철판에 쌓아 올렸다. 이를 통해 ‘객관적인 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30대 초반에 발표한 작품들은 ‘마치 노(老) 화백이 만든 것 같은 깊이감이 느껴진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최 작가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간을 보여줬다. 손가락 지문이나 주름 등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주관적인 시간’을 나타냈고, 2010년부터는 ‘자연의 시간’을 작품에 담았다.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인 ‘타임-딥 그린’은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며 문득 ‘아버지가 좋아하는 색깔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 시간 자연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정작 아버지가 마음에 품고 있던 색깔은 제가 몰랐던 거죠.” 그는 “아버지가 좋아하던 초록색 들판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2년간 작품을 만들며 아버지를 보낸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지금까지 사람과 자연의 시간을 보여준 최 작가에게 다음에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물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이제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의 시간’을 다룰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이걸 작품으로 표현할지, 제가 무엇을 발견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껏 쌓아온 저만의 기법과 실험적인 정신이 길을 알려주겠죠.” 전시는 10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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