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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 허용이 결국 해를 넘기면서 가상자산업계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탄핵 여파로 정부의 갖가지 정책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가상자산 관련 정책도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법인 계좌 허용 논의에 대응해 거래소들이 대비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11월 법인 계좌 발급을 연내 허용하기로 하고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 자문을 거쳐 금융감독원과 이견을 조율해왔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상자산위에서 법인 실명계좌 관련 논의를 주로 했고, 올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2월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해를 넘기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시국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적잖이 당황스러운 눈치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법인계좌가 허용되면 법인을 중심으로 한 거래대금이 증가해 시장 선점을 할 수 있다.
이에 몇 거래소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는 듯했으나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빗썸은 가장 먼저 법인영업팀을 신설하기 위해 지난 11월 법인영업 담당자 채용 공고를, 12월엔 경력 7년 이상의 법인영업 팀장을 채용한다고 공지했으나 현재까지 진행된 게 없다.
빗썸 관계자는 "구성원이 꾸려지고 나서 조직 방향이 정해지는데, 아직 채용 단계"라며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신설팀에 관해 설명드리기 조심스러운 상태"라고 전했다.
업비트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 사업 방향을 세울 것으로 보이며 코인원은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반면 코빗은 법인계좌 허용 시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사업자들도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신한은행과 함께 한국디지털자산수탁을 설립했다.
업계에선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전에 빨리 대응할 필요는 있지만, 법인 계좌에 대한 당국 추진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선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위원회 2차 회의 일정마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분기별로 가상자산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나, 아직 일정이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계좌 활성화나 가상자산법 2차 법안 등의 방향이 잡히면 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당국에서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거래소도 윤곽을 잡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법인 계좌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 수리도 지연되고 있다"며 "정책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알렸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