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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견림훈한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1-0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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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어제 방송(뉴스)을 봤는데 보상금액을 얘기하더라. 시기적으로 얘기하면 안 될 내용이다. 안그래도 주변에 시각 자체를 달리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언론에서 보상 얘기를 선제적으로 하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하지 않나. (…) 목숨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 고인에게 모독이 될 수 있다. 보상 관련한 부 기업파산절차 분은 언론에 노출해선 안 된다.”

    지난 3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한 유가족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이뤄진 정부·유가족 합동 브리핑에서 보상금을 언급하는 보도에 항의했다. 제주항공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부터 사고 여객기의 항공보험 피해자 배상책임 담보 보상한도 관련 구체적 액수를 앞세운 기사가 나왔고, 일부 국민은행 금리 언론에선 희생자 1인당 보상금을 계산했다. 사고 직후 금융당국 등을 통해 발표된 구체적 액수도 언론을 통해 여과없이 확산됐다.
    특히 경제지에선 보험금 관련 기사를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30일 <사망 승객의 소득 수준·연령에 따라 보험금 다르다?…제주항공 유족 보상금 규모는> 기사에서 제주항공 희생자 1인당 보험금 액수를 개인회생제도가온법률사무소 계산하며 “보험금 지급액은 사망자의 국적, 나이,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 날인 31일에는 [단독]을 붙여 피해자와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한도가 사고 발생 전날 상향 조정됐다며 구체적 숫자를 제목과 본문에 언급했다. 문화일보, TV조선 등도 몬트리올 협약 등을 근거로 들어 희생자 1인당 보상금액을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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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직후 금융당국 등을 통해 발표된 구체적 액수는 언론을 통해 여과없이 확산됐다. 특히 경제지에선 보험금 관련 기사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관련 언론보도 제목 갈무리. 구체적 액수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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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행처럼 반복돼 온 참사 보상금 보도…'피해자 권리' 고려하지 않아

    참사 직후 피해자의 보상금에 대한 보도는 한국 언론의 관행처럼 반복돼왔다. 4·16재단 부설 기관으로 지난해 설립된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의 유해정 센터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960년대부터 국내 언론의 재난보도를 훑어봤는데, 재난이 발생하면 사회면 헤드라인에 보도가 크게 실리고, 그 다음 면엔 바로 관련 선박, 항공 등이 얼마의 보험을 들어놨고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얼마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사가 실린다”며 “(보상금 보도가) 마치 한 세트처럼 실리는 게 한국 언론의 습성이자 보도 관행”이라고 말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당시에도 언론은 앞다퉈 보상금액을 보도했다. 유 센터장은 “당시 피해자의 시신 발굴이 중요했던 유족들은 '유해를 수습해달라', '잔해를 찾아달라', '위령비를 세워달라' 등을 요구했는데, 정부는 계속해 '시신을 수습해달라거나 실종자를 더 찾아달라고 하면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줄 수 없다'며 마치 가족들이 보상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얘기했다. 언론도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보도했다”며 “재난이 발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가족들의 시위는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한 시위'처럼 얘기되는 관행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5년 7월22일자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관련 피해보상 금액을 보도한 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목으로 이어져 온 보상금 보도 관행에서 '피해자의 권리'는 고려되지 않았다. 참사 직후 뒤따르는 보상금 기사는 유족들의 요구를 '특혜를 받으려는 시도'처럼 보이게 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 때도 정부와 일부 언론은 '돈' 문제를 앞세웠고, '세금 도둑'이라며 피해자와 유족을 비난하는 여론은 이들을 공격하는 수단이 됐다. 특히 '놀러가서 죽었다'며 책임을 개인화시키는 방식으로 정부가 책임을 회피했던 이태원 참사의 경우 '보상금을 주면 안 된다'는 식의 조롱과 모욕 등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심각했다. 댓글 기능이 활성화되고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모욕은 훨씬 빠르고 악질적인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책 <국가적 참사 피해자 보도>를 집필한 안문경 학술연구용역 스콜라란 대표는 6일 미디어오늘에 “보험금과 돈에 대한 보도는 불특정 다수에게 유가족이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시기와 위협의 대상으로 바뀔 수 있게 한다”며 “피해자 1인당 지급 금액이 알려진 이후부터는 관심이 '돈'으로 직결될 수 있다. 이후 참사 원인 규명 외 유가족의 모든 행동은 배·보상을 높이기 위한 '떼쓰기'로 공격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악성댓글 그대로 따옴표 보도한 언론, 피해자·유족 향한 2차 가해
    전문가들은 해외에선 정부와 언론에서 암묵적으로 구체적 보상 금액 관련 발표 및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문경 대표는 “2015년 독일 부조종사의 자살 비행으로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저먼윙스(Germanwings) 참사의 경우에도 여객기의 모회사 대표가 유족에게 배·보상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한 내용의 보도가 주였다”며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유가족들에게 얼마의 보험금이 지급되는지'가 주제”라고 지적했다.
    유해정 센터장도 “영국·프랑스 등에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분들에게 물으면 '피해자에게 얼마를 지원하는지 액수를 밝히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한다.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는 언론에 밝히지만 피해자들이 받게 될 액수를 말하지는 않는다”며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피해자 명예와 사생활 보호를 위한 중요한 원칙으로 여겨진다. 액수를 밝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왜 지원 액수를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해? 일반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어?'라고 되물어본다”고 말했다.



    ▲ 기자실이 위치한 무안공항 관리동 내에 재난보도 준칙 준수를 요청하는 내용의 종이가 부착돼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피해자와 유족을 향한 악성댓글과 게시글을 그대로 제목으로 인용한 기사들은 이들에 대한 혐오를 재생산한다. 경찰이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악성 게시글을 수사한다는 내용도 혐오성 게시글 내용을 따옴표에 담은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유 센터장은 “혐오의 말을 전제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해당 기사가 유통되면서 또다른 혐오가 양산될 수 있다”며 “언론이 2차 가해에 대해 별로 깊게 고민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 역시 “누군가 이렇게 유가족을 바라보고 공격했다는 소스를 주는 보도”라며 “유족에 대한 예의와 교양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해자와 유족을 향한 악성댓글과 게시글을 그대로 제목으로 인용한 언론 보도 제목 갈무리.



    “시점·관점 고민 없는 배·보상 보도, 애도가 혐오로 바뀌는 건 한 순간”

    피해자와 유가족은 참사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배·보상을 포함한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에 언론은 피해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고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보도 시점과 필요성에 있어서 더 신중해야 한다. 정부 등 사건 관계자 역시 보상 액수 등의 정보를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게 아니라, 먼저 피해자 유족 측에 직접 공개해야 한다. 제주항공 참사의 경우 금융당국은 시신 수습조차 되지 않았던 참사 당일 언론에 항공보험 피해자 배상책임 담보 보상한도 금액을 밝혔다. 참사 직후부터 공항에 머무르며 시신 수습 과정을 기다리던 유족과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표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제주항공 참사 관련 2차 가해와 혐오를 조장하는 무분별한 배·보상 발표 및 보도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센터는 성명에서 “재난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과 지원을 관계기관이 발표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은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과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고 보도하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문제는 발표와 보도의 시점과 관점(필요성), 그리고 정확성”이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유 센터장은 “언론은 관점과 시점이 지켜지지 않은 관계기관의 발표를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썼다”며 “필요없는 보도를 굉장히 부적절한 시기에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후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했지만 지원과 배·보상 관련 언론보도는 이번에도 성숙하지 못했다”며 “시점과 관점, 정확성을 고민하지 않았을 때 애도가 혐오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 1월2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활주로 근처에 시민들이 놓고 간 추모 문구가 적힌 종이. 사진=윤유경 기자.





    ▲ 1월2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활주로 근처에 시민들이 놓고 간 추모 문구가 적힌 종이. 사진=윤유경 기자.



    안 대표도 “배·보상 관련 보도는 참사의 원인 제공자가 피해의 책임을 다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보도돼야 한다”며 “배·보상의 지급 시기가 적절한지,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에게 당장필요한 선 보상이 이뤄졌는지, 유가족과의 배·보상 합의 과정이 원활했는지 등으로 한정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기자 사회 안에서 참사 직후부터 원인 규명을 하기 전까지는 암묵적으로 관련 보도를 하지 않도록 합의해야 한다”며 “언론보도준칙, 언론윤리강령 등에 해당 내용을 추가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악성 게시글 수사 상황을 언론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유 센터장은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정부가 초반에는 악성 댓글을 엄정대응하겠다며 수사에 들어갔다고 했지만, 끝까지 이어간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혐오성 댓글이나 유언비어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이어가고 있는지 언론이 또 한 번 모니터링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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