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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견림훈한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1-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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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오전 11시께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동북부 지역인 라크레센타에서 라카냐다 플린트리지(이하 라카냐다)로 들어가는 도로 주변은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캘리포니아의 상징인 키 큰 야자수들이 바람에 쓰러질 듯 흩날리는 가운데 저 멀리 산속에서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가 온통 하늘을 뒤덮어 해가 가려지면서 오렌지빛과 잿빛이 뒤섞인 기괴한 풍경이 나타났다.
    라카냐다에 들어서자 기자의 휴대전화에서는 시끄러운 경고음 소리와 진동이 울리며 긴급재난문자가 떴다. 라카냐다 전 지역에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니 빨리 이 지역을 떠나라는 경고였다.
    재난문자는 도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 짧은 간격으로 반복해서 전송됐다.
    전날 오후 6시 18분께 이 도시의 동쪽에 맞닿아 있는 알타데나 북부 산지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이 불이 밤새 급속히 확산하면서 화재 연기가 이 일대의 대기를 완전히 뒤덮은 상태였다.



    산불 연기로 뒤덮인 LA 하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오전 연기로 뒤덮인 미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라카냐다 플린트리지의 산지. mina@yna.co.kr


    소방당국이 이 지역의 산 이름을 따 '이튼 파이어'(Eaton Fire)로 명명한 이 산불은 발생 후 약 17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10시 55분 기준으로 피해 면적이 1만600에이커(42.9㎢)로 불어났다. 여의도 면적(4.5㎢)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당국에 따르면 이 불로 인해 밤새 2명이 사망했고 다수의 중상자가 나왔다. 알타데나 지역에서는 주택 100여채가 불에 탔다.
    불이 난 곳은 LA 카운티의 동쪽 지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로스앤젤레스 국유림의 남쪽 자락이다. 연결된 산지의 규모가 큰 데다, 이틀째 쉼 없이 휘몰아친 허리케인급 돌풍에 더해 수개월째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건조한 대기 환경이 맞물린 탓에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소방 인력 700여명이 투입돼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진압률은 아직 0%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라카냐다에서 로스앤젤레스 국유림 산지로 올라가는 도로 입구는 이미 완전히 봉쇄된 상태였다.
    해당 도로와 인접한 주택가에서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바람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동네 전체가 괴괴했다. 한 주택 앞에는 바람에 뿌리째 뽑힌 큰 나무가 나동그라져 도로 일부를 막고 있었다.



    산불 위협을 받고 있는 LA 주택가와 강풍에 쓰러진 나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오전 연기로 뒤덮인 미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라카냐다 플린트리지 주택가. mina@yna.co.kr


    LA 내륙의 부촌인 라카냐다는 평소 단아한 저택들 앞으로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오가며 늘 여유로운 분위기가 넘치는 곳이지만, 이날은 대피령으로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집들만 덩그러니 남겨져 황량했다.
    산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건물 앞에서는 동남쪽의 산불 중심부에서 연기가 맹렬히 솟아오르는 모습이 더 가깝게 보였다. 산봉우리들에 가려 불꽃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사진을 몇 장 찍느라 잠깐 서 있자니 매캐한 공기에 코와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라카냐다 시내는 몇몇 식료품점을 제외하고 상점과 사무실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었다. 대형 식료품점도 큰 주차장이 거의 텅 빈 상태였다.
    라카냐다에서 라크레센타로 넘어오는 지점에 있는 한인마트 2곳과 한국식 정육점, 태권도학원 등도 모두 문을 닫은 채였다.



    산불 연기로 뒤덮인 LA 라크레센타의 하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오전 연기로 뒤덮인 미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라크레센타의 도로와 하늘. mina@yna.co.kr


    이 지역은 LA 다운타운과 한인타운에서 차로 30분 거리로 가깝고 교육 여건도 좋은 편이어서 아이를 키우는 한인·주재원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 지역의 교민과 주재원들은 일명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샌타 애나' 돌풍이 이틀 연속으로 이 지역을 뒤흔들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가 이날 새벽 대피를 준비하라는 경고 문자를 받자 패닉에 빠졌다.
    곧이어 이 지역의 주택 대부분에 전기가 끊겼고, 일부는 전화·인터넷마저 불통이 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라카냐다와 라크레센타에는 이날 3∼4시께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고, 일부 구역에서는 경찰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주민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이 지역 주민인 한인 홍모(39)씨는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벽에 대피령을 받고 경찰까지 와서 깜짝 놀랐다"며 "밖에 나와보니 저 멀리 빨간 불꽃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재원은 "오늘 새벽부터 주재원들이 모인 단톡방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며 "대피 경고가 내려지자 일부는 곧바로 짐을 싸서 떠난다고 했다"고 전했다.
    화재 발원지인 알타데나와 가까운 곳에 사는 일부 교민들은 전날 밤 일찍부터 대피령을 받고 이미 시내 호텔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공립 교육구는 전날 밤 10시께 초중고교 일제 휴교 방침을 공지하기도 했다.



    정전으로 조명과 냉장고가 꺼진 LA 라크레센타의 한인마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오전 정전으로 일부만 영업 중인 미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라크레센타의 한 한인마트. mina@yna.co.kr


    라크레센타에 있는 한인마트는 이날 오전 문을 열고 있었지만, 내부에 조명이 꺼져 어두운 상태였다. 주차장은 평소 늘 붐비던 것과 달리 거의 비어 있었다.
    이 가게의 한인 점주 로이(42) 씨는 "새벽부터 정전돼 냉장고가 꺼졌고 조명도 안 들어오고 있다"며 "저기 있는 냉장 제품들은 이제 폐기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재 때문에 손님이 별로 없는데, 그래도 혹시 필요한 걸 사러 오는 손님들이 있을까 봐 문을 열었다. 얼마 전에도 강풍 때문에 정전이 됐었는데 근래 당한 것만 벌써 두 번째"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한인마트의 옆 블록에 있는 현지 대형 식료품점은 자체 전기 공급원이 있는지 전기가 공급돼 정상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계산대에서 통신 불량으로 카드 결제 단말기가 자주 먹통이 되면서 처리 시간이 계속 지체돼 계산대 앞에는 평소에 비해 3∼4배로 긴 줄이 늘어섰다.
    대기 중인 사람들의 카트에는 물과 음료수, 빵 등 비상식량과 생필품이 가득 담겨 있었다.
    LA 카운티 전역에서는 이번 강풍으로 산불이 4곳에서 동시 다발해 진행 중이다.
    첫 화재는 서부 해안의 부촌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해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1만5천832에이커(64㎢)를 태웠다.
    주LA총영사관에 따르면 LA 카운티 전역에서 현재까지 1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집을 임차해 지내던 유학생이 무사히 대피했으나, 화재로 집이 전소됐다는 내용이다.
    총영사관은 이날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라카냐다·라크레센타 등 화재 영향이 있는 지역을 돌아본 결과, 눈에 띄는 피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LA 주민들에게 내려진 산불 대피령 알림 문자 [임미나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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