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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2년 동안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던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사업이 결국 좌초하고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인공지능·정보 기술을 이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2개 에듀테크 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76종의 AI 교과서는 학교장의 재량 검색해보세요 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참고용 자료'로 전락하게 된다.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교과서'의 지위를 상실한 인공지능 교과서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디지털 교과서'의 퇴출은 우리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스마트 교육'이라고 밀어붙였 1000만원 대출이자 던 '디지털 교과서'의 운명도 AI 교과서와 판박이였다. 2013년 도입 예정으로 요란하게 개발했던 디지털 교과서의 확인되지 않은 '학습효과'와 심각한 '컴퓨터 중독'에 대한 우려로 학교 현장이 떠들썩했다.
이용자의 78%가 '별 효과가 없다'고 평가했다는 한국교육학술조사원의 조사도 있었고 학습용 단말기 보급에 물경 3조6000억 원의 앤캐쉬 예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오늘날 전자책(e-book) 수준으로 개발했던 '세계 최초'의 디지털 교과서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퇴임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교육부가 졸속으로 추진한 AI 디지털 교과서 때문에 교육 현장의 교사·학생의 '혼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동안 교육부를 믿고 수백억 근로자생애최초 원을 투자했다는 에듀테크 기업의 '줄소송'을 걱정하고 있다. 도대체 교육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오롯이 교육부가 홀로 감당해야 할 '혼란'
교육부가 국회가 의결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재의'를 건 부산저축은행비대위 의하겠다는 억지도 서슴치 않고 있다.
교육부가 교사와 학부모의 거센 반발을 애써 외면하는 불통·독선·독단을 넘어 이제는 학교 현장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치졸한 오기(傲氣)를 부리고 있다.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 비상계엄과 대통령·국무총리 탄핵의 빌미였다는 정치적 현실도 무시한 억지다. 국무위원으로서의 정무적 감각은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더욱이 교육부가 걱정하는 '혼란'은 학교 현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교육부를 믿고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은 에듀테크 기업의 '줄소송'은 오롯이 교육부가 홀로 감당할 일이다. 교육부 장관과 뜻을 같이하는 소수의 교육감과 일부 교육학자를 제외하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 교과서의 퇴출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반기지 않았던 교사·학부모와 126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홀로 고집을 피우던 교육부를 걱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교사와 학부모는 개정안 덕분에 모처럼 조용하게 새 학기를 맞이하게 됐다. 낯선 인공지능 교과서를 마지못해 선정해야 하는 부담도 사라졌고 학생의 문해력 저하와 디지털 중독에 대한 걱정도 깨끗하게 없어졌다.
교육부가 AI 디지털 교과서를 위한 교사 연수와 인프라 확충에 무려 1조2797억 원의 아까운 예산을 낭비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교육부의 예산이 정상적으로 편성되고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되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교육부에게 반드시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이 전가되고 지역·학교에 따라 교육·학습 격차가 심화된다는 교육부의 우려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개발했던 '디지털 교과서' 때문에 학부모가 경제적 부담을 떠안았고 격차가 심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교육자료'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과 격차에 대한 우려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학생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교과서'도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육부의 엄격한 '검정'의 부담이 사라지면 AI 디지털 교과서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도 역시 설득력이 전혀 없는 황당한 억지다. 에듀테크 기업이 교육부의 검정이 무서워서 저작권에 신경을 쓰고 이주민을 위한 외국어 번역에 필요한 기술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교육부의 주장도 황당한 궤변이다. 오히려 교육부의 경직된 관료주의적 검정이 에듀테크 기업의 창의성을 억제하는 '진짜' 부작용을 걱정해야 한다.
교사·학부모의 거센 반발에도 꼼짝도 하지 않던 교육부가 거대 야당의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허겁지겁 도입 시기의 1년 연기 방안을 내놓은 것도 볼썽사나운 꼴불견이었다. 결국 교육부가 교사·학부모·전문가의 의견에는 아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백해 버린 셈이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은 교육부 장관이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은 교육부가 자초한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회적 숙의(熟議) 과정도 없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는 낯선 에듀테크 기술을 전방위로 사용하겠다는 낯선 정책의 '제안'에서 '시행'까지 모든 과정을 고작 2년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해 버렸다.
2022년 11월 교육부로 화려하게 복귀한 이주호 장관이 느닷없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교육을 표방하면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핵심과제로 내놓았던 것이 2023년 2월이었다. 4개월 후인 6월에는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이 등장했고 8월에는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11월에는 시행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로 규정했다. 그리고 11월에 검정을 마칠 때까지 15개월 만에 '세계 최초'의 새로운 교과서가 탄생한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졸속'이라는 비판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 에듀테크 기술의 미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에듀테크'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반드시 에듀테크 기업에 매년 천문학적인 수익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칫하면 교육부가 '사교육 카르텔'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교사와 학생을 볼모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에서의 디지털 교육을 퇴출한 스웨덴·핀란드·스위스의 사례에 대해서 교육부가 느닷없이 '에스토니아'를 들고 나온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에스토니아가 교육 현장에서 어떤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에스토니아를 핑계로 졸속으로 만든 AI 디지털 교과서를 정당화하겠다는 교육부의 시도는 모욕적인 것이다.
실제로 에듀테크 기술이 획일적이고 비효율적인 '사람 교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교육부의 착각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지식 교육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교사는 인성교육만 담당한다”는 교육부의 당초 주장은 교사의 존재를 부정하는 지극히 반(反)교육적인 억지다. 에듀테크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 교사'의 교육적 역할은 절대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에듀테크 기술이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해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제공해 주고 물론 학생의 학습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평가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비현실적인 환상이다. 정답을 가려주는 능력이 고작인 인공지능이 학생의 지적 학습 능력은 물론 정서적 발달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해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확인된 적이 없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학부모의 참여와 이해를 증진해 준다는 주장도 역시 어처구니없는 환상이다. 모든 부모가 AI 디지털 교과서가 요구하는 피드백을 제공해 줄 능력과 여유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설픈 에듀테크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은 '부모 찬스'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더 걱정해야 한다.
디지털 교육이 학생의 정신 건강과 전인적 발달을 위한 사회정서 학습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절대 외면할 수 없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들이 직접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불확실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인류가 오랜 경험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한 명백한 진실이다. 그런 교육을 디지털 기술에 통째로 맡겨버리겠다는 것은 교육부의 무지와 오만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고작 2년 전에 등장하기 시작한 생성형 인공지능은 완성된 '현재 기술'이 아니다. 현재의 생성형 AI는 기계 학습에 투입된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흉내 내는 '대규모 디지털 표절 기계'에 불과한 것이다. 생성형 문법에 대한 언어학 이론을 정립한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의 분명한 평가다. 생성형 AI의 저작권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AI 디지털 기술의 미래는 온전하게 에듀테크 기업의 자율과 창의성에 맡겨두는 것이 순리다. 교육부가 모든 것을 틀어쥐고 엄격하게 관리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오래전에 버렸어야 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유물이다.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철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억지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9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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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에듀테크 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76종의 AI 교과서는 학교장의 재량 검색해보세요 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참고용 자료'로 전락하게 된다.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교과서'의 지위를 상실한 인공지능 교과서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디지털 교과서'의 퇴출은 우리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스마트 교육'이라고 밀어붙였 1000만원 대출이자 던 '디지털 교과서'의 운명도 AI 교과서와 판박이였다. 2013년 도입 예정으로 요란하게 개발했던 디지털 교과서의 확인되지 않은 '학습효과'와 심각한 '컴퓨터 중독'에 대한 우려로 학교 현장이 떠들썩했다.
이용자의 78%가 '별 효과가 없다'고 평가했다는 한국교육학술조사원의 조사도 있었고 학습용 단말기 보급에 물경 3조6000억 원의 앤캐쉬 예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오늘날 전자책(e-book) 수준으로 개발했던 '세계 최초'의 디지털 교과서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퇴임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교육부가 졸속으로 추진한 AI 디지털 교과서 때문에 교육 현장의 교사·학생의 '혼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동안 교육부를 믿고 수백억 근로자생애최초 원을 투자했다는 에듀테크 기업의 '줄소송'을 걱정하고 있다. 도대체 교육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오롯이 교육부가 홀로 감당해야 할 '혼란'
교육부가 국회가 의결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재의'를 건 부산저축은행비대위 의하겠다는 억지도 서슴치 않고 있다.
교육부가 교사와 학부모의 거센 반발을 애써 외면하는 불통·독선·독단을 넘어 이제는 학교 현장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치졸한 오기(傲氣)를 부리고 있다.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 비상계엄과 대통령·국무총리 탄핵의 빌미였다는 정치적 현실도 무시한 억지다. 국무위원으로서의 정무적 감각은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더욱이 교육부가 걱정하는 '혼란'은 학교 현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교육부를 믿고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은 에듀테크 기업의 '줄소송'은 오롯이 교육부가 홀로 감당할 일이다. 교육부 장관과 뜻을 같이하는 소수의 교육감과 일부 교육학자를 제외하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 교과서의 퇴출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반기지 않았던 교사·학부모와 126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홀로 고집을 피우던 교육부를 걱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교사와 학부모는 개정안 덕분에 모처럼 조용하게 새 학기를 맞이하게 됐다. 낯선 인공지능 교과서를 마지못해 선정해야 하는 부담도 사라졌고 학생의 문해력 저하와 디지털 중독에 대한 걱정도 깨끗하게 없어졌다.
교육부가 AI 디지털 교과서를 위한 교사 연수와 인프라 확충에 무려 1조2797억 원의 아까운 예산을 낭비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교육부의 예산이 정상적으로 편성되고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되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교육부에게 반드시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이 전가되고 지역·학교에 따라 교육·학습 격차가 심화된다는 교육부의 우려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개발했던 '디지털 교과서' 때문에 학부모가 경제적 부담을 떠안았고 격차가 심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교육자료'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과 격차에 대한 우려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학생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교과서'도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육부의 엄격한 '검정'의 부담이 사라지면 AI 디지털 교과서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도 역시 설득력이 전혀 없는 황당한 억지다. 에듀테크 기업이 교육부의 검정이 무서워서 저작권에 신경을 쓰고 이주민을 위한 외국어 번역에 필요한 기술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교육부의 주장도 황당한 궤변이다. 오히려 교육부의 경직된 관료주의적 검정이 에듀테크 기업의 창의성을 억제하는 '진짜' 부작용을 걱정해야 한다.
교사·학부모의 거센 반발에도 꼼짝도 하지 않던 교육부가 거대 야당의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허겁지겁 도입 시기의 1년 연기 방안을 내놓은 것도 볼썽사나운 꼴불견이었다. 결국 교육부가 교사·학부모·전문가의 의견에는 아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백해 버린 셈이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은 교육부 장관이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은 교육부가 자초한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회적 숙의(熟議) 과정도 없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는 낯선 에듀테크 기술을 전방위로 사용하겠다는 낯선 정책의 '제안'에서 '시행'까지 모든 과정을 고작 2년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해 버렸다.
2022년 11월 교육부로 화려하게 복귀한 이주호 장관이 느닷없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교육을 표방하면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핵심과제로 내놓았던 것이 2023년 2월이었다. 4개월 후인 6월에는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이 등장했고 8월에는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11월에는 시행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로 규정했다. 그리고 11월에 검정을 마칠 때까지 15개월 만에 '세계 최초'의 새로운 교과서가 탄생한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졸속'이라는 비판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 에듀테크 기술의 미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에듀테크'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반드시 에듀테크 기업에 매년 천문학적인 수익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칫하면 교육부가 '사교육 카르텔'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교사와 학생을 볼모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에서의 디지털 교육을 퇴출한 스웨덴·핀란드·스위스의 사례에 대해서 교육부가 느닷없이 '에스토니아'를 들고 나온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에스토니아가 교육 현장에서 어떤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에스토니아를 핑계로 졸속으로 만든 AI 디지털 교과서를 정당화하겠다는 교육부의 시도는 모욕적인 것이다.
실제로 에듀테크 기술이 획일적이고 비효율적인 '사람 교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교육부의 착각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지식 교육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교사는 인성교육만 담당한다”는 교육부의 당초 주장은 교사의 존재를 부정하는 지극히 반(反)교육적인 억지다. 에듀테크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 교사'의 교육적 역할은 절대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에듀테크 기술이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해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제공해 주고 물론 학생의 학습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평가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비현실적인 환상이다. 정답을 가려주는 능력이 고작인 인공지능이 학생의 지적 학습 능력은 물론 정서적 발달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해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확인된 적이 없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학부모의 참여와 이해를 증진해 준다는 주장도 역시 어처구니없는 환상이다. 모든 부모가 AI 디지털 교과서가 요구하는 피드백을 제공해 줄 능력과 여유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설픈 에듀테크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은 '부모 찬스'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더 걱정해야 한다.
디지털 교육이 학생의 정신 건강과 전인적 발달을 위한 사회정서 학습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절대 외면할 수 없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들이 직접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불확실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인류가 오랜 경험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한 명백한 진실이다. 그런 교육을 디지털 기술에 통째로 맡겨버리겠다는 것은 교육부의 무지와 오만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고작 2년 전에 등장하기 시작한 생성형 인공지능은 완성된 '현재 기술'이 아니다. 현재의 생성형 AI는 기계 학습에 투입된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흉내 내는 '대규모 디지털 표절 기계'에 불과한 것이다. 생성형 문법에 대한 언어학 이론을 정립한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의 분명한 평가다. 생성형 AI의 저작권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AI 디지털 기술의 미래는 온전하게 에듀테크 기업의 자율과 창의성에 맡겨두는 것이 순리다. 교육부가 모든 것을 틀어쥐고 엄격하게 관리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오래전에 버렸어야 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유물이다.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철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억지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9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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