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생동식물의날’인 3일 서울 중랑천 하류에서 동물권 모임 ‘동물교회’ 활동가들이 ‘비질(vigil)’ 활동의 일환으로 겨울 철새를 관찰하고 있다. 비질은 동물에 대한 폭력 등을 목격하고 기록해 공유하는 행동이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서식지 기록하는 ‘비질’ 떠나
“삼겹살데이 동물 착취 가속
동물과 공생 되새길 필요”
익숙해진 문화·인식 깨기

‘3월3일! 삼겹살데이맞이 특가’ 광고 알림이 울린 3일, 어떤 이들은 삼겹살 식당 대신 강가로 향했다. 준비물은 쌍안경과 망원경, 그리고 30여종의 복리적금추천 겨울 철새들이 담긴 ‘얼굴책’(새 도감)과 볼펜이다.
3월3일은 ‘삼겹살데이’로 잘 알려져 있는데 유엔이 지정한 ‘세계 야생 동식물의날’이기도 하다.
‘동물교회’ 기획단과 참여자들은 이날 서울 성동구 중랑천으로 비질(vigil)을 떠났다. 비질은 본래 불침번·철야기도 등 밤새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동물권 활동가들 사 상환금 이에선 주로 농장·도살장 등을 방문해 현장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뜻한다. 교회는 라틴어로 ‘에클레시아’인데 ‘불러모으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물교회’는 한 달에 한 번씩 도살장, 서울 강남 한복판 등으로 비질을 다닌다.
동물교회 기획단의 보리(29·활동명)는 “삼겹살데이는 인간이 농장 동물을 착취하는 것을 가속화하고 기념하 식대비 는 날”이라며 “거기에 동조하기보단 탐조를 통해 우리 주변에 있는 비인간 존재들에 주의를 기울이고자 한다”고 이날 모임에 대해 말했다.
이날 중랑천 동호대교 근처에선 평소 200~300마리씩 있던 흰죽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이(44·활동명)는 “어젯밤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흰죽지가 많이 없는 듯하다”고 했다. 전날 밤부터 새벽 은행 pb 까지 내린 비 때문에 강물이 불어난 탓에 강 근처에 머무는 겨울 철새의 수는 평소보다 더욱 적게 관찰됐다.
동물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 하천 관리도 철새 수를 줄이는 요인이다. 사이는 “준설 등으로 물 가운데 흙더미를 없애면 인간 눈엔 깔끔해 보일 수 있지만, 정작 새들은 천적으로부터 피할 공간이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국민은행자영업자 꾸준히 오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얼마나 많이 파괴되고, 생물 수가 급감하고 있는지 체감한다”며 “중랑천은 멸종을 증명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하철 옥수역부터 응봉역까지 약 2㎞를 걸으며 등이 하얀 ‘흰죽지’와 검은 ‘댕기흰죽지’, 머리가 청록색인 ‘청둥오리’, 부리가 하얗고 몸이 통통한 ‘물닭’ 등을 쌍안경과 망원경으로 관찰했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까치는 슬쩍 회원들을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신경 쓰여서 그래요.” 사이가 말했다. 까치는 몇번이고 슬쩍 고개를 돌리더니 울음소리를 냈다.
그는 “인간과 야생동물이 연결된 존재들임을 잊을 때 현대 사회의 지속 불가능한 시스템을 보지 못하게 된다”며 “비인간 동물을 다량으로 죽이고 소비하는 폭력은 인간이 단순히 잔인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죽이는 일이 산업이 되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질을 통해 비인간 원주민인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구조를 깨는 일의 일환”이라고 했다.
비질에 참여한 대학원생 김태랑씨(23)는 “도시에 있는 많은 이웃과 주민들은 인간에 국한되지 않으며 새 등 다른 동물들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면서 “우리 곁에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삼겹살데이가 가리는 많은 동물과의 관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