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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송경이미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1-05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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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님, ‘대학로 봉준호’라면서?”
    연극 연출가 신유청(43·키워드)이 예술의전당에서 함께 ‘햄릿’을 해보자고 제안한 며칠 뒤, 배우 조승우가 전화를 걸어와 말했다. 조승우는 신 연출의 계원예고 2년 선배. ‘대학로 봉준호’는 화려한 수상 경력과 높은 작품 수준 덕에 붙은 별명이다. 연극하는 후배로만 여겼던 신유청 연출가에 대한 주변의 높은 평가를 알게 된 조승우가 나름 친근하게 놀라움을 표현한 국민은행 직장인 셈이다. 두 사람 모두 생애 첫 셰익스피어. 결정은 쉽지 않았다. 신 연출은 “(승우)형이 출연을 결심하는데 몇 달이 걸렸다”고 했다.



    연극 '테베랜드'. 아버지를 죽이고 감옥에 갇힌 소년과 그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기 위해 인터뷰하는 극작가의 이야기다. '테베(Thebes 한국장학재단 생활비대출 금액 )' 혹은 "테바이'는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인 뒤 왕이 된 도시국가의 이름. /쇼노트


    그 뒤의 이야기는 올해 공연계를 떠들썩하게 한 최고의 장면 중 하나다. 신유청이 연출하고 조승우가 주연한 ‘햄릿’은 전 회차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압도적 찬사를 받았다. 최근 성북구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만났 nh농협인터넷뱅킹 을 때, 신 연출은 ‘햄릿’ 마지막 공연을 끝낸 사흘 뒤부터 연극 ‘테베랜드’의 새 시즌을 시작해 궤도에 올려놓은 참이었다. ‘연출가의 시선’을 주제로 한 강연도 앞두고 있었다.
    –강연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 생각인가.
    “연극 연출하는 친구들일 테니까.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 연극이 뭘까, 이런 고민을 같이 하고 싶다.” 휴대폰 요금 계산기
    –본인은 왜 연극이 좋은 걸까.
    ‘그을린 사랑’ 때, A4 용지 1장 한 장은 족히 넘을 긴 관객 평들이 나왔다. 공연 전 두 달 여 배우와 스태프의 노력은 큰 그릇을 만드는 것이고, 관객의 사유가 그 안에 담긴다. 그런 마음을 만나는 순간은 늘 경이롭다. ‘표현하고 싶은 삶의 무언가를 읽어 갔구나’, ‘아, 되게 아름 부부창업 다운 선순환이다’ 생각했다.
    –순환하는 연극이라니.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 있지 않나. 비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듯 작가는 주어진 영감을 언어로 옮기고, 그 언어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 치유가 필요한 사람에게로 간다. 연극은 통로다. 물은 인간이 어질러 놓은 땅 위의 모든 걸 씻어내며 흐른다. 거기 식물이 싹 트고 동물은 마신다. 물은 계속 더러워지며 아래로 흐르고, 마침내 바다에 도착하면 다시 하늘로 간다.



    연출가 신유청(43). /Studio Kenn, 서울문화재단


    –연극도 비슷한가?
    결국 우리는 다 그 순환 안에 있지 않나. 실은 연극 만드는 건 고통이다.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의 삶의 언어를 배우고 그걸 해내느라 고통스럽고, 두 달쯤 자기 몸을 버려가며 제물처럼 무대에 오른다. 물이 자신을 희생시키며 더러워지는 것과 같지 않은가.
    –그런데 왜 못 떠나나.
    사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왜 있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런데 배우들은 지나치게 자기 존재 이유를 묻는다. 등장 이유, 이 대사를 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그러면 연출은 설명해줘야 하는데, 본인들 살아가는 이유는 모르면서 등퇴장과 대사의 이유는 구체적으로 요구한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안다고 해서 딱 떨어지게 잘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설명을 안 할 수도 없다.
    –그렇게 보니 삶과 연극이 닮았다.
    내 존재의 의미가 꽉 차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반면 내 삶이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때도 있다. 결국 연극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정말 좋은 희곡은 티끌처럼 작은 침묵, 사이, 쉼표, 말줄임표, 느낌표 같은 어딘가에서 작가의 설계가 눈에 확 들어오고,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
    –그 의미를 위해 고통을 견디나.
    연극 속에선 내가 일찍 죽어도 커튼콜 때 다시 살아나 관객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고통을 참을 수 있고, 신나게 고통스러워할 힘이 생긴다. 우리 삶은 그렇지 않다. 사는 이유도 모르고, 헤어지면 영원히 못 만날 수도 있다. 엔딩에 미리 가보면 다 알 수 있지 않을까. 커튼콜 때처럼 적도 다시 친구가 돼 손 잡고 함께 박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알 수 없음’에 휘둘려 무의미로 빠지기도 하고, 잠시의 행복에 매달리기도 한다. 우리는 지구가 둥글고 자전과 공전을 하는 걸 못 느낀다. 너무 거대하니까. 하지만 연극은 ‘지구가 돌고 있구나, 둥글구나’ 하는 걸 2~3시간 안에 감각하게 해준다.
    –그렇다고 연극이 완벽히 삶인 것은 아니다.
    나는 연극이란 완성도 면에서 늘 떨어지는, 부족한 작품 만이 무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 비해서는 늘 모자라고 유사품이니까. 그래서 다음에 하면 어떻게든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충분하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는데도 관객들은 또 그걸 좋아해주시니까.



    연극 '햄릿' 공연 장면. /예술의전당


    –불완전해서 더 애틋한 것일 수도.
    이번 햄릿 공연 때 조승우 형 커튼콜을 보는 게 좋았다. 형이 ‘감사합니다’ 속삭이는 걸 입모양으로 안다. 모두가 완벽하다고 할 때도 본인 마음 속에선 완벽한 햄릿이 아니라는 걸 알고, 부족함, 허전함을 느끼는 거다. 공연 중에도 끊임없이 연출과 작가와 의논하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려 했다. 사람은 그렇게 본래 존재의 무언가를 비추려 애쓰며 사는 미완성의 존재인 것 같다. 그래서 늘 부족함을 느끼는 것 아닐까.
    –무대도 채우기보다 비우는 쪽인 것 같다.
    한참 연극과 거리를 두고 지내던 시절, 우연히 ‘창작예술 아카데미’ 지원사업 공고를 봤다. 예전엔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나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면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었다. 정말 깨끗이 비워진 가운데 잘 들리는 연극, 결국엔 침묵이 주는 진리를 만나는 연극을 하고 싶었다. 참 막연한 얘기였는데 심사위원들이 뽑아주셨다. 매달 지원금이 30만원 나왔는데, 온통 책, 특히 종교서적을 엄청 사서 읽었다. 그러던 중에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영화 ‘그을린 사랑’을 혼자 보고 명동까지 터덜터덜 걸었다. 그 때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햄릿’이 끝난 뒤 텅빈 객석에서 바라보던 침묵을 기억했다. ‘그을린 사랑’은 고통스러운 운명 속에서, ‘1 더하기 1은 1′이 되는 순간에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이야기다. 대본을 구해 읽고, 혼자 라이선스까지 다 해결해서 20분짜리 쇼케이스를 했다. 끝나자마자 심사위원이던 고선웅 연출님이 하신 말이 기억난다. “야, 나 이거 더 보고 싶다.” 그 말이 너무 기뻤다.
    –그 말이 연극쟁이 신유청을 되살린 셈이다.
    정말 너무 고마운 선생님들이다. 그 때부터 굉장히 넓어지더라. 모든 순간이 계획해서 된 것도 뜻대로 된 것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전에는 연출가의 선택이 다 옳아야 하는 연출을 했다면, ‘그을린 사랑’부터는 만남을 통해 연극이라는 사건이 펼쳐지더라. 이소영 안무가, 의상 디자이너 홍문기 선생, 번역 겸 조연출 김진숙, 음향 지미세르, 강지혜 조명 디자이너처럼 함께 해주시는 분들을 만났다.
    –신유청 연출 하면 소수자, 운명, 비극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특별히 소수자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고통으로 가득한가 묻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극복할 수 없는 한계 상황을 만난다. 그 한계에서 부르짖는 소리가 그동안의 작품들 안에 있었던 것 같다. 연극은 이야기를 살고 경험하게 해준다. ‘사랑하라’. ‘용서하라’, 이렇게 의미없이 떠돌던 말들에게 집이 되어준다. 헛된 말이 되지 않게 해준다.
    –어떤 연극을 하고 싶은가.
    연극이 참 좋은 건, 커튼콜 때 서로 어깨를 곁대고 함께 박수 친다는 거다. 갈대를 보라. 다같이 흔들려서 갈대숲이 되고 거센 바람을 견딘다. 공연은 관객이 같이 본다는데 그 위대함이 있다. 우리가 하는 연극이 평화를 이루는 일이면 좋겠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동등한 존재구나, 함께 있는 존재구나, 함께 살아야겠구나, 그런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 그런 메시지가 연극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그릇인 것 같다.



    연극 연출가 신유청. /예술의전당


    ☞연극 연출가 신유청(43)
    꾸준히 중·대극장 무대에 연극을 올리면서 작품의 흥행과 내용적 성취를 모두 기대할 수 있는 드문 연출가. 시간대를 뛰어넘으며 입센의 인물과 세계를 확장한 ‘와이프’, 그리스 비극적 가족사에 레바논 내전의 참상을 투영한 ‘그을린 사랑’, 세기말 미국의 혼돈을 21세기 서울로 불러온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 높이 평가받은 연극들을 연출했다. 계원예고, 중앙대 졸업. 백상연극상(그을린 사랑), 동아연극상(녹천에는 똥이 많다, 와이프)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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