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백제]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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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백제 의자왕 3년(643년) 8월, 백제 남방(南方) 소속의 산성을 향해 2명의 기마인이 다가가고 있다. 오후 미시(2시) 무렵, 초가을의 햇살이 강하게 쪼이는 맑은 날씨, 기마인의 옷은 땀과 먼지로 얼룩졌고 말은 피로한듯 자꾸 머리를 떨군다.
“주인, 산성이 보이지 않소.”
마신(馬身)쯤 앞서가던 사내가 앞을 향한채 말했다.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사내는 건장한 체격으로 손에 창을 쥐었다. 그 창으로 앞을 가로막는 나뭇가지를 후려쳐 길을 내거나 풀숲을 휘젓는다. 그때 뒤를 따르던 사내가 머리를 들고 앞쪽을 바라보았다.
“군사 셋이 내려온다.” 놀란 듯 앞장 선 사내가 말을 세웠을때 과연 잔나무를 헤치면서 군사 셋이 내려왔다. 둘을 발견한 군사들이 주춤거리더니 앞장 선 군사가 물었다. “뉘시오?” “칠봉산에서 오는 길이냐?” 뒷쪽 기마인이 되묻자 군사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예, 그렇습니다만…” “내가 신임 성주 계백이다.” 놀란 군사들이 제각기 허리를 꺾어 절을 했지만 앞장 선 군사가 또 물었다.
“그러시다면 군성(郡城)에 들렸다 오시는 길이십니까?” “그렇다. 군장(郡將)께서 안내역을 붙이신다고 했지만 내가 지리도 익힐겸 찾아오는 길이다.” “그럼 저희들이 성주를 모시지요.” 앞장 선 군사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저희들이 7봉 좌측 순시를 나가는 길이었으니 성주를 모셔도 됩니다.” 이제 기마인 둘은 군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길도 없는 산을 오른다. 산은 높지는 않지만 굵은 나무가 빽빽했다.
그때 기마인이 앞장선 군사에게 물었다. “7봉성이라고 했으니 봉우리가 7개란 말이냐?”
“예. 그러나 주봉(主峯)의 남쪽과 서쪽으로 각각 봉우리가 6개씩 있어서 7봉이 2개인 셈이지요.”
숲속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말대답하는 군사는 셋중 선임인 모양이다. 군사가 말을 이었다.
“산성은 주봉에 있습니다.” “오면서 보았더니 아랫쪽 고을이 제법 풍족했다. 아이들이 잘 먹어서 몸에 살이 붙었고 어른들은 깨끗했다. 근래에 우환이 없었느냐?” 그때 군사가 머리를 돌려 기마인을 보았다. “제가 듣기로 성주께서는 바다건너 내륙의 담로( 魯)에서 오셨다지요.” “그렇다. 연무군(郡)에서 왔다.” “그래서 잘 모르시는군요. 작년에 신라군이 기습해와서 아녀자 20여명을 잡아갔습니다.”
“여기까지 기습을 해왔단 말인가?” “예. 기마군 1백기 정도였지만 산성에서 나갔을 때는 이미 도망친 후였습니다.”
“산성에 기마군이 2백여기가 있는 건 맞느냐?” “지금은 1백여기에 보군 2백 정도입니다. 나리.”
그때 앞쪽 시야가 트이더니 돌로 만든 낮은 석성(石城)이 드러났다. 앞장선 군사가 먼저 성 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곧 갑옷차림의 무장이 달려나왔다. “성주가 오십니까?”
사내가 두손을 모으고 다가와 묻는다.
“제가 성주대리를 맡고 있던 장덕(將德) 진광입니다.”
“나솔(奈率) 계백이요.” 신임 성주 계급은 6급품(品)이었고 진광은 7급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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