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백제] (58) 3장 백제의 혼(魂)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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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58) 3장 백제의 혼(魂)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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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서문 수문장 나마 여준은 앞쪽에서 외침과 신음 소리가 울렸을 때 그것이 백제군의 기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거리는 1백50보 정도. 어둠 속인데다 앞쪽이 장애물로 가려 보이지 않는다. “싸움이 일어났소!” 당황한 장교 하나가 소리쳤을 때 여준이 소리쳐 꾸짖었다.
“동요하지 말라!” 여준은 서문 수문장으로 수문경비병 50여명을 지휘하고 있다. 전고(戰鼓)는 그쳤지만 이제 서문 앞쪽에는 이곳저곳에서 몰려온 군사 7,8백여명이 진을 쳤고 아직도 더 몰려오는 중이다. 그때 함성이 일어났다. 공격진의 함성이다.
“수문장! 아군이 밀리고 있소!” 다시 다른 목소리도 울렸다. 이제 소란은 7,80보 정도로 가까워졌다. 밀리고 있다. 백제군이 이미 북문을 탈취했다는 것은 여준도 알고 있었다. 전령이 다녀갔기 때문이다. 그때 여준이 소리쳤다.
“성문을 열어라!” 영문을 모르는 군사들이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준이 목소리를 높였다. “밖은 비었다. 밖에서 신라군을 넣어 적을 안팎에서 협공하려는 것이다!” 그때서야 군사들이 움직였고 여준이 다시 소리쳤다. “서둘러라! 곧 남문에서 군사들이 온다!”
거짓말이지만 누가 확인을 하겠는가? 성문을 열고 닫는 것은 수문장 권한이다. 성주 외에는 수문장에게 명령할 사람은 없다.
그때 함성이 더 가까워졌고 육중한 소음을 내면서 성문이 열렸다. 쏟아지는 것처럼 내려가던 백군의 전진 속도가 차츰 느려졌고 싸움은 그만큼 더 격렬해졌다. 그러나 밀고 내려가기는 한다. 성문과 50여보 거리가 되었을 때는 계백과 진궁, 그리고 안진까지 한발짝씩 떼면서 밀고 나가는 상황이다.
“쳐라!” 계백이 소리쳤다. “다왔다!” 백제군이 함성으로 응답했다. “와아앗!” 아직 수적으로 우세인데다 이쪽은 격렬한 전의(戰意)를 품고 있는 공격군이다. 신라군은 수세인데다 소극적이어서 기(氣)에서도 밀린다. 그러나 차츰 결사적이 되어서 전투는 치열해졌다. “백제군이여! 이겼다!” 계백이 다시 소리쳤고 뒤를 따르는 백제군이 함성으로 응답했다. 그때다. 앞쪽 성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요란한 소음이 울린 것이다.
“성문이 열린다.” 계백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밀고 나가라!” 그때 성루에 선 여준이 군사들에게 소리쳤다. “성문 밖으로 물러서라!” 군사들이 주춤거렸을 때 여준이 다시 외쳤다. “놈들을 밖으로 유인해내는 거다! 밖에서 신라군이 매복하고 있다!”
그말을 들은 성문 수비군이 일제히 몸을 돌려 성문 밖으로 달려나갔다. “우왓!” 앞장서서 밀던 계백과 진궁, 안진은 갑자기 앞쪽이 느슨해진 것을 깨닫는다. 막아섰던 신라군이 주춤대면서 물러서는 바람에 한번에 서너걸음을 전진했다.
“놈들이 도망친다!”
칼을 휘두르며 안진이 소리쳤을 때 신라군이 등을 보이며 어둠 속에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와앗!” 뒤를 백제군이 달려가며 함성을 지른다. “여준이 성문을 열었소!” 가쁜 숨을 뱉으면서 진궁이 계백에게 말했다. “신라군이 모두 밖으로 나가고 있소!”
그때 성루 위에 서 있던 여준이 아래쪽을 내려다 보면서 소리쳤다. “나솔 계시오? 문을 어서 닫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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